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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도 시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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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meokk2/825

 

[블로그]  청조 갤러리

 

[저서]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 2쇄 출간  (눈빛 출판사)

 

 

 ■ 디카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5행 이내의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2017년,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디카시가 문학용어 명사로 등재]

                 

 


 

조회 수 :
522
등록일 :
2018.12.03.12:37:19

IMGK411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2016:09:15 13:40:53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125 s (1/8 s) | F/8.0 | 0.00 EV | ISO-6400 | 34.00mm | Flash-No

  

 [유행가도 시인을 만든다]


 
  내가 제일 처음 배운 유행가는 배호의 노래였다.
제목은 ‘누가 울어’
그 때 나는 아버지가 없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어느 비오는 오후,
어머니가 흥얼거리는 그 슬픈 노래가
어린 나를 울렸다.

어머니 몰래 연습장에 노래가사를 적었다.
지금도 생생한 그 노래 1절은 다음과 같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어머니의 노래를 조용조용 불러보았다.

그리고 정말 ‘피가 맺히게’ 울었다.
어렸지만 노래에 담긴 홀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어린 시절 배호의 노래가
슬픔이 어떤 가락이며 어떤 색깔인지를 가르친 것이다.

어머니의 술집에는 유행가가 끊이지 않았다.
내 유행가 교실은 그 술자리였다.

막걸리 술 주전자를 나르며 나는
손님들의 유행가를 배웠다.

가게에서 일하던 형들의 유행가
책을 훔쳐 가사를 외웠고
장난감 아코디언으로 서툴게
멜로디를 쳐보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같은 영화를 보며 주제가를 배웠고,
쇼 공연에서 늘 제일 마지막에 출연하는
이미자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나는 세상의 슬픈 유행가가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유행가 가사 같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를 흉내낸 시를 적어
담임 선생님을 걱정시켜 드리기도 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은 가난뿐이었지만
나는 뜻밖에도 아버지가 남기신 글을 읽었다.

아버지는 달필이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고급노트에
아버지는 당신이 좋아하셨던 유행가 가사를
볼펜 글씨로 빽빽이 적어 놓으셨다.
나는 유품과 같은 아버지의 유행가 가사를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지우지 않았다. 
 

  30대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도 노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좋아하신 노래는
가곡이나 명곡이 아니라 유행가였다.

아버지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축음기를 통해 노래를 듣기도 했고,
진공관 전축을 사서 노래를 자주 들으셨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몇 십분 전에도
잠시 들른 아버지 친척 댁에서 전축을 틀어 놓고
누군가의 유행가를 열심히 들으셨다고 했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유행가는
‘갈대의 순정’뿐이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은
아버지의 지독한 애창곡이었다고 한다.

그런 유행가 만들어주는 60년대식 슬픔이
나에게 서정시를 쓰게 만들었고,
유행가는 내 서정의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어느 자리에서 배호의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시인과
부르지 못하는 시인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행가를 딴따라라 한다.
나는 그 딴따라가 좋다.


흔히 대중적, 통속적이라는 감상이시인에게는

따뜻한 자양분이 된다.

한국 시단에는 3배호가 있다.
대구의 서지월 시인이 서배호,
부산의 최영철 시인이 최배호,
울산의 나는 정배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서배호는 배호와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최배호는 배호와 똑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현재 우리 시단의 좋은 시인인 그들의 시가
유행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음치고 박치인 나는 폼만 배호다.
서배호, 최배호의 노래 뒤에는 앙코르가 있지만
내 노래는 앙코르가 없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유행가를 부르고 듣는다.
유행가에서 시를 배웠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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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작사 손로원, 작곡 박시춘,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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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3:57:20

유행가처럼 좋은노래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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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5:45:22

가슴속 추억 한장을 들추어 

그시절 그때로 제 마음이 돌아가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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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5:59:34

좋은 글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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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6:19:00

어려웠던 시절의 애환을 노래한 명곡 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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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19:46:28

유행가, 정말 좋지요.

특히 서민의 애환이 푹 담겨있는 노랫말이...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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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20:27:44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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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13:59:06

본시 시가 노래고 노래가 시 아니었던감요~~^^

profile
2018.12.06
16:27:36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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